• '님의 침묵' 시해설 - 예술가 -
    글쓴이 운영자

    날짜 14.01.14     조회 262

    만해 한용운의 시집 님의 침묵의 88편의 시중에서 몇 편의 시를 전문과 함께 해설문을 싣고자 한다.
    한용운 시집 님의 침묵 전편 해설은 송욱 교수의 전편 해설집을 인용하였다.
    그 주요 시 제목을 먼저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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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는 서투른 화가여요.
    2. 잠 아니 오는 잠자리에 누워서 손가락을 가슴에 대이고 당신의 코와 입과 두 볼에 새암파지는 것까지 그렸습니다.
    3. 그러나 언제든지 작은 웃음이 떠도는 당신의 눈자위는 그리다가 백 번이나 지웠습니다.
    4. 나는 파겁(破怯) 못한 성악가여요.
    5. 이웃사람도 돌아가고 버러지 소리도 그쳤는데 당신의 가르쳐 주시던 노래를 부르려다가 조는 고양이가 부끄러워서 부르지 못하였습니다.
    6. 그래서 가는 바람이 문풍지를 스칠 때에 가만히 합창(合唱)하였습니다.
    7. 나는 서정시인(敍情詩人)이 되기에는 너무도 소질이 없나봐요.
    8. '즐거움'이니 '슬픔'이니 '사랑'이니 그런 것은 쓰기 싫어요.
    9. 당신의 얼굴과 소리와 걸음걸이와를 그대로 쓰고 싶습니다.
    10. 그리고 당신의 집과 침대와 꽃밭에 있는 작은 돌도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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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만해의「불교대전」에 나오는 한귀절을 번역하여 소개한다.

    마음과 마음에 속하는 여러 가지 정신작용(心所)은 그 본성이 공적하여서 볼 수도 없다. 마음은 허깨비와 같은데, 중생이 <여러가지 인연에서 생긴 실체가 없는 존재를 마치 그것이 실체가 있는 존재인 것처럼 생각하고 집착하기>편계 때문에, 그것을 표상(想) 혹은 지각하여 고락을 받는다. 마음의 작용은 흐르는 물과 같아서 여러 가지 생각(念念)이 생기다가는 소멸하며 잠깐 동안도 머물지 않는다. 또한 마음은 모진 바람과 같아서 여러 가지 순식간에 방향과 장소를 바꾸며, 마치 등불의 불꽃처럼 여러 인연이 합치면 타오른다. 또한 마음의 작용은 번개처럼 잠시도 머물지 않고, 원숭이처럼 오욕[눈, 귀, 코, 입과 촉감에 따르는 욕망] 이라는 나무에서 논다. 그리고 마치 화가처럼 여러 가지 색채로 그려내고, 아이종처럼 매를 맞아가며 여러 번뇌에 부림을 당한다. 또한 마음의 작용은 도둑처럼 공 덕을 훔치기도 하고, 돼지떼처럼 더러움을 즐기기도 하며, 꿀벌처럼 맛이 있는 곳으로 모이기 마련이다. 그러나 마음의 본성은 가지도 않고 오지도 않으며 다른 성질도 없고, 모든 인연과 변화를 초월한다(無爲). 또한 마음의 본성은 크고 작은 것도 없으며, 고와 낙도 없어서 항시 변화함이 없고, 가장 훌륭하다.

    심과 심소는 본성이 공적하야, 불견불문이라. 심은 환과 여하되, 중생이 편계하는 고로 상을 발하야, 고락을 수하는지라. 심의 용은 유수와 여하야, 념념생멸하야 편주치 아니하며, 대풍과 여하야 일찰라간에 방소를 변하며, 등몰과 여하야, 중록합시에 발하며, 전광과 여하야 수졸불주하며, 원후와 여하야 오욕수에 피하며, 화사와 여하야 종중의 색을 화하며, ( )하니라.

    만해가 이 구절이 나오는 제2장 제1절에 <마음의 실체에는 상이 없다>(심체의 무상), 이렇게 두줄을 달고 있음도 주목할만 하다.

    이제 우리는 <화가>가 마음의 작용을 뜻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서투른 화가는 무슨 말인가. 님 즉 마음의 본성은 모습이 없어서 그려낼 수 없는데, 그것을 그리려고 하니까 서툴게 될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또한 우리는 여기서 「노자」의 한귀절을 연상할 수도 있다.
    크게 공교로운 것은 서툴음과 같고, 크게 구변이 좋은 것은 어눌함과 같다.

    2. <당신의 코와 입과 두 볼에 새암 파지는 것까지 그렸다>고 하니까, 우리는 님의 모습을 상세하게 그린 것처럼 느끼지만, <손가락을 가슴에 대이고> 그린 것이 그림은 물론 아니다. 자기 마음의 본성을 생각해 보았을 따름이다.

    3. <적은 웃음이 떠도는 당신의 눈자위>를 <그리다가 백번이나 지운> 이유는 꼭 표현하고 싶은데 표현할 수 없는 까닭이다. 부처님이 연꽃을 따 들고 제자들에게 어떤 뜻을 암시했으나 아무도 모르는데, 다만 가엽만이 그 뜻을 알아 혼자 미소를 지었다고 한다. 따라서 문자나 말을 통하지 않고, 깨친 도를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하는 것을 선종에서는 <연꽃을 집으며 미소를 띄운다> 염화 미소라고 말한다.

    4. 노래할 수 없는 마음의 본성을 노래하려고 하니까 <파겁못한 성악가>가 될 따름이다.

    5. <당신의 가리쳐 주시든 노래>란 없으니까 부르지 못하는 것이며, 결코 <조는 고양이>의 탓이 아님은 두말 할 것도 없다.

    6. <가는 바람이 문풍지를 슬치며> 부르는 노래는 자연 혹은 천연 그대로의 노래다. 모든 인연을 초월한 마음의 본성, 상이 없는 마음의 본체를 그렇게 표현한 셈이다.

    7. 소질이 없어서 의정시인이 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본성은 서정시로서는 표현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만해는 마음의 본성을 서정시로서 놀랍게 표현하였다!

    8. 마음의 본성은 <즐거움>도 아니고 <슬픔>도 <사랑>도 아니다. 그러나 만해는 마음의 본성이 <즐거움>, <슬픔> 혹은 <사랑>인 것처럼 표현한다!

    9. <당신의 얼골과 소리와 걸음걸이와를 그대로 쓰고 싶다>고 하면 우리는 님의 모습을 <그대로> 눈 앞에 보는 듯이 느끼지만, 실상 <님은 모습이 없다>(심체는 무상).

    10. <당신의 집과 침대와 꽃밭에 있는 적은 돌.> 어찌 작은 돌뿐이랴. 모습이 없는 마음의 본성은 실상 모든 존재를 드러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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