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님의 침묵' 시해설 - 알 수 없어요 -
    글쓴이 운영자

    날짜 14.01.14     조회 383

    만해 한용운의 시집 님의 침묵의 88편의 시중에서 몇 편의 시를 전문과 함께 해설문을 싣고자 한다.
    한용운 시집 님의 침묵 전편 해설은 송욱 교수의 전편 해설집을 인용하였다.
    그 주요 시 제목을 먼저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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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波紋)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2.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3.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塔)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4. 근원은 알지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입니까.
    5. 연꽃같은 발꿈치로 가이없는 바다를 밟고, 옥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날을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6.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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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동잎이 떨어지니까 수직의 파문이라고 하면, 우리는 그러한 파문이 있는 것처럼 느낀다. 더군다나 이러한 느낌은 수직이라는 말이 기하학적이어서 더욱 필연적으로 가지게 된다. 실상 수직의 파문이란 없는 것이지만, 그러한 파문 때문에 고요함은 한결 깊이를 지닌다. 이처럼 만해는 때로 놀라운 모더니스트임을 드러낸다. 오동잎에서 님의 발자취를 보니까, 자연과 님은 일치하고 일체가 된다.

    2.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 <무서운> 검은 구름이란 표현에 주목해야 하낟. 지리한 장마를, 깨닫지못하는 중생이 보내는 시간이라고 치면, 바람은 무상의 바람이며, 검은 구름은 번뇌 혹은 의정의 구름이리라. 그러기에 구름을 무섭다고 한 것이다. 우리는 처음부터 푸른 하늘 같은 님의 얼굴 즉 번뇌가 전혀 없는 깨달음에 들 수는 없다.

    3. 님의 입김은 꽃의 향기보다 더욱 향기로우니까, 꽃이 있을 필요가 없다. <깊은 나무>는 공간적으로, <옛탁>은 시간적으로 깊이를 갖추는 표현이다. <하늘을 슬치는 알 수 없는향기>에 우리는 내면적인 공간이 아주 넓어지는 것을 느끼는 동시에, 그것이 <입김>이기 때문에 매우 절실하게 가까운 것처럼 여기게 된다.

    4.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가늘게 흐르는 적은 시내>는 님의 노래라고 하므로, 한 없는 자연과 무상의 불도는 일치한다. 그리고 <가늘게 흐르는 적은> 시냇물은 나중에 나오는 <약한 등불>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다. 한정된 인간조건 속으로 들어온 불도의 시냇물은 가늘게 흐를 수 밖에 없다.

    5. 우리는 <가 없는 바다를 밟는 연꽃 같은 발꿈치>와 <끝 없는 하늘을 만지는 옥 같은 손>을 보고 아름다운 님의 모습이, 즉 부처님의 법신 이 허공에 충만하면서 눈 앞에 삼삼함을 느낀다. 그러나 그 모습은 <떨어지는 날을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로 변하면서 님의 모습은 사라지고 님의 시만이 남는다! 그리고 <떨어지는 날>은 앞서 나온 <떨어지는 오동닢>과도 관계가 있다. 우리는 <떨어지는 날을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에서 어떤 비극적인 아름다움을 느낀다. 인간이라는 존재 속에 들어온 법신은 저녁놀이 되고 마니까 그러하리라.

    6. 사람은 항시 번뇌에 불타는 존재이며, 차별을 넘어선 깨달음인 空(님의 밤)에 이르기는 매우 어려운 노릇이다. 그리고 우리 마음은 인간조건이 지닌 의정(疑情)과 空의 경지 사이에서 불타서 재가 되고, 재는 다시 기름이 된다. 이는 空이 有로 변하고 有가 다시 空으로 변하는 우리 마음의 본성을 가리키는 뜻을 지닌다. 따라서 <약한 등불>은 자기 마음의 본성을 깨달은 견성의 지혜이기도 하다.
    자연의 고요함에서 님을 느끼며 비롯하는 이 작품은 <가늘게 흐르는 적은 시내>가 되다가는 가없는 허공에 가득 찬 아름다운 법신이 곧 보일 듯 하다. 그러나 법신은 가뭇 없이 사라지고 저녁놀만이 남는다. 그리고 결국은 차별을 초월한 <님의 밤> 속에서 견성의 지혜는 약한 등불로서 끝내 남는다. 이 작품은 매우 극적으로 구성되었고, 깨달음과 인간조건이 지닌 의정의 심각한 깊이를 훤칠하고 아름답게 그리고 부드럽게 표현하였다. 이 때문에 가장 훌륭한 예술품임을 누구나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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