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 리
    글쓴이 운영자

    날짜 14.01.13     조회 129

    이 작고 더럽고 밉살스런 파리야
    너는 썩은 쥐인지 만두(饅頭)인지 분간을 못하는 더러운 파리다.
    너의 흰홋에는 검은 똥칠을 하고
    검은 옷에는 흰 똥칠을 한다.
    너는 더위에 시달려서 자는 사람의 단꿈을 깨워 놓는다.
    너는 이 세상에 없어도 조금도 불가(不可)할 것이 없다.
    너는 한눈 깜짝일 새에 파리채에 피칠하는 작은 생명이다.

    그렇다. 나는 작고 더럽고 밉살스런 파리요, 너는 고귀한 사람이다.
    그러나 나는 어여쁜 여왕의 입술에 똥칠을 한다.
    나는 황금을 짓밟고 탁주에 발을 씻는다.
    세상에 보검(寶劍)이 산같이 있어도 나의 털끝도 건드리지 못한다.
    나는 설렁탕 집으로 궁중 연회(宮中宴會)에까지 상빈(上賓)이 되어서 술도 먹고 노래도 부른다.
    세상 사람은 나를 위하여 궁전도 짓고 음식도 만든다.
    사람은 빈부 귀천(貧富貴賤)을 물론하고 파리를 위하여 생긴 것이다.
    너희는 나를 더럽다고 하지마는
    너희들의 마음이야말로 나보다도 더욱 더러운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마음이 없는 죽은 사람을 좋아한다.
    <조선일보 一九三六. 四. 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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