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 〈조선독립에 대한 감상의 개요〉에 나타난 독립정신

    〈조선독립에 대한 감상의 개요〉는 만해 한용운이 기미년 7월 10일 옥중에서 일인 검사 총장의 요구에 의하여 작성한 옥중 독립 선언문이다. 옥중에서 아무 참고서 하나 없이 53장에 걸친 조선독립에 대한 대선언을 남긴 것이다. 만해 한용운의 독립정신이 구체적으로 용해된 대선언문이다. 이 선언문은 만해 한용운을 옥중 뒷바라지를 한 김상호 26)에 의하여 상해 임시 정부에 소개되었다. 그리하여 상해 임시 정부가 발행하던 《독립신문》 제25호 27)에 전문이 게재됨으로써 당시 임시 정부의 기초를 다지는 데 큰 힘이 되었다. 일제 강점기 동안에는 국내에 소개되지 못한 옥중 선언문이었다. 이 옥중 독립 선언서의 전문의 목차를 먼저 살펴보자.

    1. 개 론
    2. 조선독립 선언의 동기 ①조선 민족의 실력 ②세계 대세의 변천 ③민족 자결 조건
    3. 조선독립 선언의 이유 ①민족 자존성 ②조국사상 ③자유주의 ④대세계의 의무
    4. 조선 총독 정책에 대하여
    5. 조선독립의 자신

    그러면 한용운의 독립정신을 파악하기 위하여 〈조선독립에 대한 감상의 개요〉의 내용을 요약 정리하고 거기에 나타난 독립정신을 살필 필요가 있다. 그러면 먼저 첫째, '개론'부터 내용을 살펴보자.

    자유는 만유의 생명이요, 평화는 인생의 행복이라.
    자유를 득하기 위하여 생명을 홍모시하고 평화를 보하기 위하여 희생을 감수당하나니 차는 인생의 권리인 동시에 또한 의무일지로다.
    자유여 평화여 전인류의 요구일지로다.
    전세계를 대표할 만한 군국주의는 서양에 독일이 유하고, 동양에 일본이 유하도다. 침략 또 침략 극악 또 참극의 군국주의는 독일로써 최종막을 연하지 아니하였는가. 정의 인도의 승리요, 군국주의의 실패니라. 28)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하여, 인생의 의무와 권리를 위하여 침략주의 군국주의 일본의 야만을 공격하고 통박(痛駁)을 가하였다. 그리고 다시 이어서,

    각민족의 독립 자결은 자존성의 본능이며 세계의 대세며 신명의 찬동이며 전인류의 미래 행운의 원천이라. 누가 이것을 억제하고 누가 이것을 막을 것인가. 29)

    라 하여 자유와 평화는 인간 생활의 본질이요, 전인류의 요구라고 하였다. 그런데 역사 전개의 과정인 제국주의 침략주의는 인간의 참다운 생명을 희생시키는 불행을 초래하였다. 서양의 독일과 동양의 일본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여기에 폭력적인 침략 행위가 조선 민중에 있어 얼마나 비참한 일이며, 승자 또한 군국주의의 갈등을 느낄 것이다. 조선 민족이 독립을 하려고 함은 자기가 스스로 살려는 본능이며 누가 이것을 억제하거나 방해할 것이냐고 반문하였다. 한용운은 여기서 인간의 자유와 평화, 인간의 독립성 그리고 군국주의의 배격을 부르짖었다.

    둘째, '조선독립 선언의 동기'를 3개 항목으로 나누어 분석하였다. 일제의 식민지 정책의 강탈은 조선 사람들에게는 민족적으로 독립해야겠다는 생각을 강하게 심어만 주고 있다. 그 동기를 나누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① 조선 민족의 실력
    자존성이 강하고 당당한 독립 국가의 역사와 전통이 있을 뿐 아니라, 능히 현대 문명에 나아갈 만한 실력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② 세계 대세의 변천
    1차 세계 대전 후 세계 평화를 촉진하기 위하여 이미 세계적 연방설, 공화설이 대두되고 있으니 현재로부터 미래는 침략적 제국주의는 멸망하고 자존적 평화주의가 반드시 승리할 것을 단언하고 있다.
    ③ 민족 자결 조건
    강대국이 약소국의 민족적 자립을 위하여 힘을 써야 함을 실례로 들어 설명하였다.
    셋째, '조선독립 선언의 이유'를 4개 항목으로 밝히면서 만해 한용운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즉,
    슬프다. 나라를 잃은 지 10년이 지나고 독립을 선언한 민족이 독립 선언의 이유를 설명하게 되니 참으로 침통하고 스스로 부끄로움을 금치 못하겠다. 30)
    고 비분강개하면서 독립의 이유를 4가지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즉,
    ① 민족 자존성
    자기네 민족이 다른 민족의 간섭을 받지 아니하려는 것은 인류 공통의 본질인 것이다. 이것에 대해서는 어떠한 사람이라도 감히 막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기 민족이 자기네 민족의 자존심을 억제코자 하여도 불가능한 것이다. 이 자존성은 항상 탄력성이 있어서 팽창의 극도, 즉 독립 자존의 목적을 달성치 아니하면 정지하지 않는 것이니 우리 조선의 독립을 감히 침해하지 못할 것이다.

    라고 민족의 자립과 끈질긴 투쟁, 그것은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독립의 원리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또,

    ② 조국사상
    越나라 鳥도 옛 보금자리가 그리워 남쪽 가지에 집을 짓고, 만주의 胡馬도 저의 깃든 곳이 그리워 북녘 바람을 향하여 우는 것은 그 근본을 잊지 아니한 것이다. 동물도 그렇거니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 사람이 어찌 저의 근본을 잊겠는가. 근본을 잊지 못하는 것은 인위적이 아니요, 천성인 동시에 또한 만물의 미덕인 것이다. 그러므로 인류는 그 근본을 잊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잊으려 해도 잊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 반만년의 역사를 가진 나라가 다만 군함과 대포의 수가 적음으로써 다른 민족의 유린을 당해서 역사가 끊어지게 되었으니 누가 이것을 참으며 누가 이것을 잊겠는가. 조선의 독립을 침해하지 못할 것이다. 32)

    라고 지적하면서 동물도 그 근본을 잊지 않는 것이 상례인데, 어떻게 사람이 제 나라를 잊을 수 있겠는가고 본질적인 나라 사랑의 정신을 피력하였다. 그리고,

    ③ 자유주의
    인생으로서 생활하는 목적은 참된 자유에 있는 것이니, 자유가 없는 생활이 무슨 취미가 있으며 무슨 쾌락이 있겠는가. 자유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무슨 대가도 아끼지 않는 것이니, 즉 생명을 바쳐도 조금도 물러서지 아니할 것이다. 단 한 사람이 자유를 잃어도 천지의 평화로운 기운이 손상되는 것인데 어찌 2천만인의 자유를 말살함이 이렇게도 극심한가. 조선의 독립을 침해치 못할 것이다. 33)

    라고 자유정신은 인생의 목적이요, 그렇기 때문에 자유가 없는 생활이란 무슨 의의가 있겠는가. 자유를 얻고 지키기 위하여 생명마저도 던질 수밖에 없음을 역설하면서 자유정신의 숭고함과 그 자유를 지키는 정신은 자연 법칙의 숭고한 정신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④ 대세계의 의무
    민족 자결은 세계 평화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민족 자결주의가 성립되지 못하면 아무리 국제 연맹을 체결해서 평화를 보장할지라도 결국 수포로 돌아가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조선 민족의 독립 자결은 세계 평화를 위한 것이요, 또 동양에 대해서는 실로 중요한 열쇠가 되는 것이다. 일본이 조선을 합병한 것은 일본 민족을 이식하고자 할 뿐만 아니라, 만주, 몽고를 삼키고 지나 대륙까지 꿈꾸는 것이다. 침략주의 일본의 야심은 길가는 행인도 다 아는 것이다. 지나를 요리하는 데에는 조선을 버리고 딴 길이 없기 때문에 침략 정책상 조선을 유일한 생명선으로 아는 것이나 조선의 독립은 곧 동양의 평화가 될 것이다. 조선의 독립을 침해치 못할 것이다. 34)

    라고 지적하면서 조선의 독립은 조선 민족의 절대 절명의 과제인 동시에 아시아의 평화를 지키는 일이요, 나아가 세계 평화에 대한 신성한 의무임을 역설하면서 일본 군국주의 침략주의의 야욕을 폭로하고 경책하였다. 넷째, '조선 총독 정책에 대하여'에서는

    일본이 조선을 합병한 후 조선에 대한 시정 방침은 '무력압박' 4자로써 넉넉히 대표하겠다. 조선 민족은 일본 총독의 학정 밑에서 노예가 되고 우마가 되면서까지 10년 동안이나 반동도 일으키지 아니하고 입 다물고 복종했었다. 조선 민족은 실로 총독 정치를 중요시해서 반동을 일으키지 아니한 것이 아니다. 지엽적인 총독 정치쯤이야 문제시하지도 아니한다. 근본적인 한일합병을 파괴하고, 오직 독립 자존할 정신만이 우리 2천만 민족의 머리 속에 깊이 뿌리 박혔을 뿐이다. 35)

    라고 일제의 총독 정치가 조선인에게 아무리 잘하여 주어도 그것은 우리와는 무관한 일일 뿐이며 근본적인 총독 정치의 폐지를 주장하여 일본의 침략 행위를 근본적으로 타파할 것을 주장하여 조선독립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다섯째, '조선독립의 자신'에서는

    ① 조선독립은 새로 국가를 창설하는 것이 아니요, 원래 고유의 독립국이 일시적인 치욕을 겪고 복구하는 독립인즉 국가의 요소 즉 토지, 인민, 정치가 조선 자체에 이미 만사가 구비되어 있으니 당당한 독립국이 되고도 남음이 있다.

    ② 만일 일본이 의연히 침략주의를 강제 계속하여 조선독립을 부인하면 이것은 동양 또는 세계적 평화를 교란하는 것이니, 미일 전쟁이나 중일 전쟁을 위시해서 세계적 연합 전쟁을 재연할는지 모를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에 가담할 자는 혹 영국일는지. 이도 의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실패를 면할 것인가. 일본은 제2의 독일을 연출하고 말 것이다.

    ③ 일본은 넓은 소견으로 조선독립을 솔선 승인하고, 중국과도 친선을 진정하게 발휘하면 동양 평화의 앞장을 일본 아니고 누가 서겠는가. 서반구에 미국이 있고, 동반구에 일본이 있을 것이니, 동양인다운 체통을 발휘하는 것이 과연 어떠하겠는가. 일본인은 절대로 세계 대세에 반역하는 자초자화가 되는 침략주의를 계속하는 우거를 범치 말고 조선독립을 앞장서서 승인해야 할 것이다.

    ④ 설사 이번에 일본이 조선독립을 부인하고 무력으로써 현상유지가 된다 하더라도 인심은 물과 같아서 막으면 막을수록 터지는 것이다. 조선독립은 산꼭대기에서 굴러 내려오는 바위와 같아서 목적지에 도달하지 아니하면 정지하지 않는 것이니, 조선독립은 단지 시간 문제일 뿐이다.

    ⑤ 일본인은 기억하라. 청일 전쟁 후 마관 조약과 노일 전쟁 후 포오츠모드 조약 중에 조선독립의 보장을 주장한 것은 어떠한 의협심이며, 그 조약의 먹발도 채 마르지 아니해서 흉계와 폭력으로써 조선독립을 유린한 것은 어떠한 배신인가. 기왕지사는 그만두고 장래를 경고한다. 오직 평화 일념만이 족히 서로 공존할 것이니 일본은 깊이 각성해야 할 것이다. 36)

    라고 했다. 한용운은 여기에서 제1차 대전 후의 침략 국가, 군국주의 말로를 상기시키면서 장래 미일 전쟁 또는 중일 전쟁이 일어나고 세계 전쟁 즉 연합 전쟁으로 확대되면 군국 일본의 말로가 어떻게 되겠는가고 반문하면서 조선의 독립은 시간 문제임을 당당히 밝히고 있다. 여기서 만해 한용운은 예언자적 자세를 보였는데, 이는 세계 대세를 꿰뚫어보는 만해 한용운의 형안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만해는 어느 누구보다도 확고한 신념과 생사를 초월한 정의의 화신으로 자신을 불살랐다. 여기서 한용운의 민족주의 정신은 민족의 정신으로 승화되었다.

    만해 한용운의 〈조선독립에 대한 감상의 개요〉에 넘쳐나는 독립정신의 원천은 자유 평등 평화로 이어지는 대강령이다. 자유는 만유의 생명, 인간 생활의 참다운 목적으로 인식하고 자유는 남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것을 한계로 삼는 만해 한용운의 독립정신은 일제 식민지 시대를 극복한 3 1정신의 요체다. 그러므로 이 자유주의 정신은 조국 독립으로, 동양 평화로, 세계 평화로 끝없이 지향해가는 만해정신에서 민족정신으로 승화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