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 조선 독립의 자신

    이번의 조선 독립은 국가를 창설함이 아니라 한때 치욕을 겪었던 고유의 독립국이 다시 복구되는 독립이다. 그러므로 독립의 요소 즉 토지 국민 정치와 조선 자체에 대해서는 만사가 구비되어 있어 다시 말할 필요가 없겠다. 그리고 각국의 승인에 대해서는 원래 조선과 각국의 국제적 교류는 친선을 유지하여 서로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던 바다. 더욱이 개론에서 말한 것과 같이 지금은 정의 평화 민족 자결의 시대인즉 조선 독립을 그들이 즐겨 바랄 뿐 아니라 원조조차 아끼지 않을 것이다. 다만 문제는 일본의 승인 여부뿐이다. 그러나 일본도 승인을 꺼려하지 않을 줄로 믿는다.

    무릇 인류의 사상은 시대에 따라 변천되는 것으로써 사상의 변천에 따라 사실의 변천이 있음은 물론이다. 또한 사람은 실리만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명예도 존중하는 것이다. 침략주의 즉 공리주의 시대에 있어서는 타국을 침략하는 것이 물론 실리를 위하는 길이었지만 평화 즉 도덕주의 시대에는 민족 자결을 찬동하여 작고 약한 나라를 원조하는 것이 국위를 선양하는 명예가 되며 동시에 하늘의 혜택을 받는 길이 되는 것이다.

    만일 일본이 침략주의를 여전히 계속하여 조선의 독립을 부인하면, 이는 동양 또는 세계 평화를 교란하는 일로써 아마도 미 일, 중 일 전쟁을 위시하여 세계적 연합 전쟁을 유발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일본에 가담할 자는 영국 (영 일 동맹 관계 뿐 아니라 영령 문제로) 정도가 될는지도 의문이니 어찌 실패를 면할 것인가. 제2의 독일이 될 뿐으로 일본의 무력이 독일에 비하여 크게 부족됨은 일본인 자신도 수긍하리라. 그러므로 지금의 대세를 역행치 못할 것은 명백하지 아니한가.

    또한 일본이 조선 민족을 몰아내고 일본 민족을 이식하려는 몽상적인 식민 정책도 절대 불가능하다. 중국에 대한 경영도 중국 자체의 반항 뿐 아니라 각국에서도 긍정할 까닭이 전혀 없으니 식민 정책으로나 조선을 중국 경영의 징검다리로 이용하려는

    정책은 모두 수포로 돌아갈 것이다. 그러므로 일본은 무엇이 아까워 조선의 독립 승인을 거절할 것인가. 일본이 넓은 도량으로 조선의 독립을 승인하고 일본인이 구두선(口頭禪)처럼 외는 중 일 친선을 진정 발휘하면 동양 평화의 맹주를 일본 아닌 누구에게서 찾겠는가. 그리하면 20세기 초두 세계적으로 천만년 미래의 평화스런 행복을 위하여 복음을 전하는 천사국이 서반구의 미국과 동반구의 일본이 있게 되니 이 아니 영예겠는가. 동양인의 얼굴을 빛냄이 과연 얼마나 크겠는가.

    또한 일본이 조선의 독립을 앞장서서 승인하면 조선인은 일본인에 대하여 가졌던 합방의 원한을 잊고 깊은 감사를 표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조선의 문명이 일본에 미치지 못함은 사실인즉 독립한 후에 문명을 수입하려면 일본을 외면하고는 달리 길이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서양 문명을 직수입하는 것도 절대로 불가능한 일은 아니나 길이 멀고 내왕이 불편하며 언어 문자나 경제상 곤란한 일이 많기 때문이다. 일본으로 말하면 부산 해협이 불과 10여 시간의 항로요, 조선인 가운데 일본 말과 글을 깨우친 사람이 많으므로 문명을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는 것은 지극히 쉬운 일이라 하겠다.

    그러면 두 나라의 친선은 실로 아교나 칠같이 긴밀할 것이니 동양 평화를 위해 얼마나 좋은 복이 되겠는가. 일본인은 결코 세계 대세에 반하여 스스로 손해를 초래할 침략주의를 계속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지 않고 동양 평화의 맹주가 되기 위해 우선 조선의 독립을 앞장서서 승인하리라 믿는다.

    가령 이번에 일본이 조선 독립을 부인하고 현상 유지가 된다 하여도 인심은 물과 같아서 막을수록 흐르는 것이니 조선의 독립은 산 위에서 굴러내리는 둥근 돌과 같이 목적지에 이르지 않으면 그 기세가 멎지 않을 것이다. 만일 조선 독립이 10년 후에 온다면 그동안 일본이 조선에서 얻는 이익이 얼마나 될 것인가. 물질상의 이익은 수지상 많은 여축을 남겨 일본 국고에 기여함이 쉽지 않을 것이다. 기껏해야 조선에 있는 일본인의 관리나 기타 월급 생활하는 자의 봉급 정도일 것이니 그렇다면 그 노력과 자본을 상쇄하면 순이익은 실로 적은 액수에 지나지 않으리라.

    또한 조선 독립 후 일본인의 식민(殖民)은 귀국치 않으면 국적을 옮겨 조선인이 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을 것이므로, 그렇다면 10년 간에 걸친 적은 액수의 소득을 탐내어 세계 평화의 대세를 손상하고 2천만 민족의 고통을 더하게 함이 어찌 국가의 불행이 아니겠는가.

    아아, 일본인은 기억하라. 청일 전쟁 후의 마관 조약(馬關條約)과 노일 전쟁 후의 포오츠머드 조약 가운데서 조선 독립을 보장한 것은 무슨 의협이며, 그 두 조약의 먹물이 마르기도 전에 곧 절개를 바꾸고 지조를 꺾어 궤변과 폭력으로 조선의 독립을 유린함은 또 그 무슨 배신인가. 지난 일은 그렇다 하고라도 앞일을 위하여 간언(諫言)하노라. 지금은 평화의 일념이 가히 세계를 상서롭게 하려는 때이니 일본은 모름지기 노력할 것이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