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 조선 독립 선언의 이유

    아아, 나라를 잃은 지 10년이 지나고 지금 독립을 선언한 민족이 독립 선언의 이유를 설명하게 되니 실로 침통함과 부끄러움을 금치 못하겠다. 이제 독립의 이유를 네 가지로 나누어 보겠다.

  • (1) 민족 자존성

    들짐승은 날짐승과 어울리지 못하고 날짐승은 곤충과 함께 무리를 이루지 못한다. 같은 들짐승이라도 기린과 여우나 삵은 그 거처가 다르고 같은 날짐승 중에서도 기러기와 제비 참새는 그 뜻을 달리하며, 곤충 가운데서도 용과 뱀은 지렁이와 그 즐기는 바를 달리한다. 또한 같은 종류 중에서도 벌과 개미는 자기 무리가 아니면 서로 배척하여 한 곳에 동거하지 않는다.

    이는 감정이 있는 동물의 자존성에서 나온 행동으로 반드시 이해 득실을 따져 남의 침입을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무리가 자기 무리에 대하여 이익을 준다 해도 역시 배척하는 것이다. 이것은 배타성이 주체가 되어 그런 것이 아니라 같은 무리는 저희끼리 사랑하여 자존을 누리는 까닭에 자존의 배후에는 자연히 배타가 있는 것이다. 여기서 배타라 함은 자존의 범위 안에 드는 남의 간섭을 방어하는 것을 의미하며 자존의 범위를 넘어서까지 배척함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자존의 범위를 넘어 남을 배척하는 것은 배척이 아니라 침략이다.

    인류도 마찬가지여서 민족간에는 자존성이 있다. 유색 인종과 무색 인종간에 자존성이 있고, 같은 종족 중에서도 각민족의 자존성이 있어 서로 동화하지 못하는 것이다. 예컨대 중국은 한 나라를 형성하였으나 민족적 경쟁은 실로 격렬하지 않았는가. 최근의 사실만 보더라도 청나라의 멸망은 겉으로 보기에는 정치적 혁명 때문인 것 같으나 실은 한민족과 만주족의 쟁탈에 연유한 것이다. 또한 티베트족이나 몽고족도 각각 자존을 꿈꾸며 기회만 있으면 궐기하려 하고 있다. 그밖에도 아일랜드나 인도에 대한 영국의 동화 정책, 폴란드에 대한 러시아의 동화 정책, 그리고 수많은 영토에 대한 각국의 동화 정책은 어느 하나도 수포로 돌아가지 않은 것이 없다.

    한 민족이 다른 민족의 간섭을 받지 않으려 하는 것은 인류가 공통으로 가진 본성으로써 이 같은 본성은 남이 꺾을 수 없는 것이며 또한 스스로 자기 민족의 자존성을 억제하려 하여도 되지 않는 것이다.

    이자존성은 항상 탄력성을 가져 팽창의 한도 즉 독립 자존의 길에 이르지 않으면 멈추지 않는 것이니 조선의 독립을 감히 침해하지 못할 것이다.

    (2) 조국 사상

    월나라 (남쪽 나라: 편집자 주)의 새는 남녘의 나뭇가지를 생각하고 호마(胡馬)는 북풍을 그리워하는 것이니 이는 그 본바탕을 잊지 않기 때문이다. 동물도 이러하거든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 사람이 어찌 그 근본을 잊을 수 있겠는가.

    근본을 잊지 못함은 인위적인 것이 아니라 천성이며 또한 만물의 미덕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인류는 그 근본을 못 잊을 뿐 아니라 잊고자 해도 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반만년의 역사를 가진 나라가 오직 군함과 총포의 수가 적은 이유 하나 때문에 남의 유린을 받아 역사가 단절됨에 이르렀으니 누가 이를 참으며 누가 이를 잊겠는가. 나라를 잃은 뒤 때때로 근심 띄운 구름, 쏟아지는 빗발 속에서도 조상의 통곡을 보고, 한밤중 고요한 새벽에 천지신명의 질책을 듣거니와, 이를 능히 참는다면 어찌 다른 무엇을 참지 못할 것인가. 조선의 독립을 감히 침해하지 못할 것이다.

    (3) 자유주의 (자존주의와는 크게 다름)

    인생의 목적을 철학적으로 해석하려면 여러 가지 설이 구구하여 일정한 정의를 내리기 어렵다. 그러나 인생 생활의 목적은 참된 자유에 있는 것으로써 자유가 없는 생활에 무슨 취미가 있겠으며 무슨 즐거움이 있겠는가.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어떤 대가도 아까워할 것이 없으니 곧 생명을 바쳐도 좋을 것이다.

    일본은 조선을 합병한 후 압박에 압박을 더하여 말 한 마디, 발걸음 하나에까지 압박을 가하여 자유의 생기는 터럭만큼도 없게 되었다. 피가 없는 무생물이 아닌 이상에야 어찌 이것을 참고 견디겠는가. 한 사람이 자유를 빼앗겨도 하늘과 땅의 화기(和氣)가 상처를 입는 법인데 어찌 2천만의 자유를 말살함이 이다지도 심하단 말인가. 조선의 독립을 감히 침해하지 못할 것이다.

    (4) 세계에 대한 의무

    민족 자결은 세계 평화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민족 자결주의가 성립되지 못하면 아무리 국제 연맹을 조직하여 평화를 보장한다 하더라도 결국에는 수포로 돌아가고 말 것이다. 왜냐하면 민족 자결이 이룩되지 않으면 언제라도 싸움이 잇달아 일어나 전쟁이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세계의 책임을 조선 민족이 어떻게 면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조선 민족의 독립 자결은 세계의 평화를 위한 것이요, 또한 동양 평화에 대해서도 중요한 열쇠가 되는 것이다. 일본이 조선을 합병한 것은 조선 자체의 이익을 위함이 아니라 조선 민족을 몰아내고 일본 민족을 이식코자 한 때문이요, 나아가 만주와 몽고를 탐내고 한걸음 더 나아가 중국 대륙까지 꿈꾸는 까닭이다. 이 같은 일본의 야심은 누구도 다 아는 사실이다.

    중국을 경영하려면 조선을 버리고는 달리 그 길이 없다. 그러므로 침략 정책상 조선을 유일한 생명선으로 삼는 것이니 조선의 독립은 곧 동양의 평화가 되는 것이다. 조선의 독립을 감히 침해하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