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 조선 독립 선언의 동기

    일본이 조선을 합병한 후 자존성이 강한 조선인은 그 주위에서 일어나는 어느 한 가지 사실도 독립과 연관시켜 생각하지 않는 일이 없었다. 그러나 최근의 동기로 말하면 대략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1) 조선 민족의 실력

    일본은 조선의 민의를 무시하고 암약(闇弱)한 주권자를 속여 몇몇 아부하는 무리와 더불어 합방이란 흉포한 짓을 강행하였다. 그 후로부터 조선 민족은 부끄러움을 안고 수치를 참는 동시에 분노를 터뜨리며 뜻을 길러 정신을 쇄신하고 기운을 함양하는 한편 어제의 잘못을 고쳐 새로운 길을 찾아왔다. 그리하여 일본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외국에 유학한 사람도 수만에 달하였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독립 정부가 있어 각방면으로 원조 장려한다면 모든 문명이 유감없이 나날이 진보할 것이다.

    국가는 모든 물질 문명이 완전히 구비된 후에라야 꼭 독립 되는 것은 아니다. 독립할 만한 자존(自存)의 기운과 정신적 준비만 있으면 충분한 것으로써 문명의 형식을 물질에서만 찾음은 칼을 들어 대나무를 쪼개는 것과 같으니 그 무엇이 어려운 일이라 하겠는가.

    일본인은 항상 조선의 물질 문명이 부족한 것으로 말머리를 잡으나 조선인을 어리석게 하고 야비케 하려는 학정과 열등 교육을 폐지하지 않으면 문명의 실현은 보기 어려울 것이다. 이것이 어찌 조선인의 소질이 부족한 때문이겠는가. 조선인은 당당한 독립 국민의 역사와 전통이 있을 뿐만 아니라 현대 문명을 함께 나눌 만한 실력이 있는 것이다.

    (2) 세계 대세의 변천

    20세기 초두부터 전인류의 사상은 점점 새로운 빛을 띠기 시작하고 있다. 전쟁의 참화를 싫어하고 평화로운 행복을 바라고 각국이 군비를 제한하거나 폐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만국이 서로 연합하여 최고 재판소를 두고 절대적인 재판권을 주어 국제 문제를 해결하며 전쟁을 미연에 방지하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그밖에 세계 연방설과 세계 공화국설 등 실로 가지가지의 평화안을 제창하고 있으니 이는 모두 세계 평화를 촉진하는 기운들이다.

    소위 제국주의적 정치가의 눈으로 본다면 이것은 일소에 붙일 일일 것이나 사실의 실현은 시간 문제일 뿐이다. 최근 세계의 사상계에 통절한 실제적 교훈을 준 것이 구라파 전쟁과 러시아 혁명과 독일 혁명이 아닌가. 세계 대세에 대해서는 위에 말한 바가 있으므로 중복을 피하거니와 한마디로 말하면 현재로부터 미래의 대세는 침략주의의 멸망, 자존적 평화주의의 승리가 될 것이다.

    (3) 민족 자결 조건

    미국 대통령 윌슨 씨는 독일과 강화하는 기초 조건, 즉 14개 조건을 제출하는 가운데 국제 연맹과 민족 자결을 제창하였다. 이에 대해 미국 프랑스 일본과 기타 여러 나라가 내용적으로 이미 국제 연맹에 찬동하였으므로 그 본바탕, 즉 평화의 근본 문제인 민족 자결에 대해서도 물론 찬성할 것이다.

    이와 같이 각국이 찬동의 뜻을 표한 이상 국제 연맹과 민족 자결은 윌슨 한 사람의 사사로운 말이 아니라 세계의 공언(公言)이며, 희망의 조건이 아니라 기성(旣成)의 조건이 되었다. 또한 연합국측에서 폴란드의 독립을 찬성하고, 체코의 독립을 위하여 거액의 군비와 적지 않은 희생을 무릅써 가며 영하 30도를 오르내리는 추위에도 불구하고 군대를 시베리아에 보내되 특히 미국과 일본이 크게 노력한 것은 민족 자결을 사실상 원조한 사례일 것이다. 이것이 모두 민족 자결주의 완성의 표상이니 어찌 기뻐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