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庶民子來'라니
    글쓴이 관리자

    날짜 14.01.08     조회 336

    어느 날, 선생은 홍릉 청량사(淸凉寺)에서 베푸는 어떤 지기(知己)의 생일잔치에 초대를 받아 참석하였다. 많은 저명인사와 33인 중의 여러분들이 손님 가운데 끼어 있었다.

    이런 얘기 저런 얘기가 오고 가다가

    "부여 신궁(扶餘神宮) 낙성식이 참 굉장하더군. 과연 서민자래(庶民子來)야."

    하고 누군가가 한 마디 하였다.

    서민자래란, 어진 임금이 있어 집을 짓는데 아들이 아버지 일을 보러 오듯 민중이 스스로 역사(役事)를 하러 와서, 하루에 낙성하였다는 《시경 詩經》에 나오는 고사이다.

    신궁 낙성식장에 사람이 모인 광경을 비유하여 일제를 찬양하는 한마디였다.
    옆자리에서 듣고 있던 선생은 옆사람에게 그가 누구냐고 물었다.

    중추원참의(中樞阮參議) 정병조(鄭丙朝)인데 인사 소개를 하겠다고 하니 선생은 그만두라고 하고는

    "정병조야, 이리 오너라." 하고 큰 소리로 불렀다. 그도 노하여 나섰다.

    "누구냐? "

    "나 한용운이다. 너 이놈, 양반의 자식으로서 글깨나 배웠다는 놈이 '서민자래'라고 함부로 혀를 놀리느냐. 이놈 개만도 못한 놈! "

    하고는 앞뒤를 가릴 것도 없이 자리에 있는 재떨이를 냉큼 들어 그의 면상을 향하여 냅다 던졌다. 바로 맞아 그의 면상에서는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이놈 어서 가서 너의 애비 남차랑(南次郞)에게 고발해라." 하고 큰 소리로 꾸짖고는 즉시 청량사를 나와 버렸다.

    당시 일제는 충남 부여를 하나의 성지(聖地)로 정하여 이른바 부여 신궁을 짓고 있었다. 일본은 백제의 문화가 저의 나라에 건너와서 여러 모로 영향을 끼쳤던 사실을 역이용하여 한민족 말살정책의 한 방편으로 삼기 위하여 일본과 조선은 공동운명체(共同運命體)라는 이론을 위장(僞裝)하고 있었다. 청량사에서 벌어진 이 사건은 바로 이러한 민족적인 울분의 표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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