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에 있어서 한용운의 역할은 중요한 것이었다. 그는 최린과 더불어 3.1운동을 계획했고, 동지 규합을 위해 노력했으며, 독립 선언서 작성에도 참여하여 공약삼장을 덧붙였으며, 3월 1일에는 독립 선언식을 주재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백용성을 포섭하여 함께 불교계의 대표로 참여하였으며, 중앙학림의 청년 승려들을 지도하여 3천매의 독립 선언서를 배포하기도 하였다. 옥중에서도 동지들을 격려하는 시를 썼고, 조선 독립의 정당한 이유를 명쾌하게 밝힌 논설을 쓰기도 했었다.
이처럼 3.1운동에 있어서의 한용운의 역할이나 그 위치는 중요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1운동에 있어서의 한용운에 대한 평가에는, 그가 주도자였다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그의 활동은 천도교측의 계획 추진에 협조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또한 그가 3.1 독립 선언서 끝에 공약삼장을 덧붙였다는 설에 대해, 최남선이 공약삼장까지도 함께 썼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3.1운동과 관련된 한용운의 활동에 관한 보다 객관적이고 정리된 이해가 요구되고 있는 셈이다. 동시에 3.1운동에 있어서의 한용운의 위치에 대해서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물론 한용운의 독립운동에 관한 종래의 연구가 없지는 않았다. 일찍이 《한용운연구》에서는 그의 독립 투쟁에 대해서 비교적 자세히 서술했었고 1), 불교계의 독립운동과 관련된 연구도 있었다. 즉, 안계현(安啓賢)의 〈3.1운동과 불교계〉가 그 경우다. 또한 필자는 〈한용운과 공약삼장〉이라는 소논(小論)을 발표하기도 했었다 2). 그러나 3.1운동 당시의 한용운의 활동을 보다 더 자세히 검토함으로써 그에 대한 새로운 평가는 필요하다고 하겠다.
7 필자는 3.1운동에 있어서의 한용운의 활동을 파악하기 위해 당시의 경찰 취조서, 검사신문 조서 등의 기록을 중요한 자료로 활용하고자 한다. 그리고 한용운의 제자들이 직접 들어서 전한 사실에도 유의하면서 본고를 전개하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