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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비밀글 이메일 비밀번호 글입력시 입력한 비밀번호 제목 </br>님의 침묵</span></p></br> </p></br>한용운 </span></p></br> </p></br>님은 갔습니다</span>.</span></p></br>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span>. </span></p></br>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span>. </span></p></br>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span>. </span></p></br>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span>. </span></p></br>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span>. </span></p></br> </p></br>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span></p></br>이별은 뜻밖에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span>. </span></p></br> </p></br>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span>, </span>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배기에 들어부었습니다</span>. </span></p></br> </p></br>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span>. </span></p></br>님은 갔지만은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span>.</span></p></br>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span>.</span></p></br></p></br><감상></p></br> </p></br>한 동안 학교 업무와 출산으로 바빠서 시를 읽고 글을 쓰는 소중한 것을 소홀히 하였습니다</span>. </span>어쩌면 반복될 것 같은 만남과 이별일테지만 저에게는 임과 같아야 할 시와 글쓰기가 위 시의 임처럼 꽤나 길게 침묵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span>. </span>사실 그 침묵은 임에게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어리석고 모자른 저에게 오롯이 비롯된 것입니다</span>. </span></p></br>한용운의 </span>‘</span>님의 침묵</span>’</span>이 아름다운 것은 임이 침묵한다는 것을 화자가 똑바로 인식한다는데 있습니다</span>. </span>우리는 사랑하는 임이 떠날 때</span>, </span>그 순간을 상실할 때가 많습니다</span>. </span>그래서 임이 떠난 후에 임과 함께 있었는 줄도 모르고 임의 존재를 망각하는 것을 넘어 임의 존재를 상실합니다</span>. </span>그러나 위 시의 화자는 임이 떠난 후에도 임의 존재를 분명하게 붙잡습니다</span>. </span>그런 화자에게 임은 결코 떠날래야 떠날 수가 없는 사랑의 노래가 되어 그의 존재를 휩싸고 돕니다</span>. </span></p></br> </p></br>한용운의 님의 침묵을 낭독하고 묵상할 때마다 릴케의 한 편의 시가 떠올라서 이 자리에서 함께 소개합니다</span>. </span></p></br> </p></br>젊은 시인에게 주는 조언</span></p></br> </p></br>라이너 마리아 릴케</span></p></br> </p></br>마음 속에 풀리지 않는 모든 문제들에 대해</span></p></br>인내를 가지라</span>.</span></p></br>문제 그 자체를 사랑하라</span>. </span></p></br>지금 당장 해답을 얻으려 하지 말라</span>.</span></p></br>그건 지금 당장 주어질 순 없으니까</span>.</span></p></br>중요한 건</span></p></br>모든 것을 살아 보는 일이다</span>. </span></p></br>지금 그 문제들을 살라</span>. </span></p></br>그러면 언젠가 먼 미래에</span></p></br>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span></p></br>삶이 너에게 해답을 가져다 줄 테니까</span></p></br> </p></br>한용운의 </span>‘</span>님의 침묵</span>’</span>은 한국을 대표하는 </span>明時</span>이며 워낙 유명하지만 실제로 학교 교과서나 정규 과정에서는 그리 잘 다루지 않는 유명 </span>時 </span>중에 하나입니다</span>. </span>저 또한 학교에서 이 시를 실제로 배워보거나 다루어 본 적은 없습니다</span>. </span>왜 그런가 생각해보면 한용운의 </span>‘</span>님의 침묵</span>’</span>은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에게도 이해하고 해석하기에 필연적으로 어렵고 난해하기 때문입니다</span>. </span>이 시를 이해하고 해석하기가 어려운 까닭은 </span>‘</span>님은 갔지만 님을 보내지 않는 것</span>’</span>이 우리의 경험 안에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span>. </span>본래</span>, </span>자신이 경험하지 않는 것을 배우고 이해하려면 그 길을 가보고 그것을 경험한 사람에게 가르침을 받아야 조금이라도 접근할 수 있습니다</span>. </span>그런데 이 시를 학교에서나 정규 교육과정에서 잘 다루지 않는 이유를 추측해보면 이 시를 가르치는 교사조차도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종류의 경험이기 때문입니다</span>. </span></p></br>時</span>의 묘미는 우리의 경험 밖에 있는 경험을 자신의 경험 범주로 이해하려고 발버둥치는 몸부림에 있습니다</span>. </span>그런 몸부림이 있어야지만 님의 침묵에 휩싸일 수 있습니다</span>. </span>여기에서 경계해야 할 것은 내 경험 범주 밖에 있는 경험을 내 경험으로 온전히 환원시켜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span>. </span>감히 말하자면</span>, </span>한용운의 </span>‘</span>님의 침묵</span>’</span>은 우리가 흔히 자주 보는 드라마나 영화의 주인공이 이별을 대하는 나름 괜찮은 방식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span>. </span>우리는 일상적인 의미와 어휘에 감동받지 않습니다</span>. </span>우리가 감동받는 원초적 근원에는 </span>‘</span>거룩함</span>’</span>이라는 구분된 것이 있습니다</span>. </span>다만</span>, </span>우리가 그 감동의 이유를 정확하게 포착하지 못한다고 해서 거룩함을 평범한 것으로 뒤집어 놓아서는 안됩니다</span>. </span></p></br> </p></br>제가 한용운의 님의 침묵을 이야기하면서 릴케의 </span>‘</span>젊은 시인에게 주는 조언</span>’</span>을 떠올린 것은 </span>‘</span>님의 침묵</span>’</span>을 온전히 해석하고 이해하려는 우리의 노력을 겨냥하기 위해서 입니다</span>. </span>이해할 수 있는 </span>時</span>들이 있습니다</span>. </span>우리는 이해의 칼날을 더욱 예리하게 하기 위해 시를 분석하고 분해하여 시를 이해의 끝판까지 몰아갑니다</span>. </span>그렇게하면 시를 너무나도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span>. </span>그 이해의 기준은 나의 경험에 비춘 이해입니다</span>. </span>그런 시들은 나를 떠나도 한 숨의 미풍에 날아가는 차디찬 티끌에 불과합니다</span>. </span>그런 </span>時</span>들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 놓지도 못하고 나의 눈과 귀를 멀게하지도 못합니다</span>. </span></p></br>좋은 시는 충분히 이해는 할 수 없으나 그 </span>時</span>로 살아보게끔 하는 작품입니다</span>. </span>그런 시는 나를 오랜 기간 떠난 후에도 반드시 다시 만날 수 있습니다</span>. </span>내가 임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불현 듯 임이 찾아 왔다고 여기게끔 하는 신비한 힘이 되어 찾아옵니다</span>. </span>그런 </span>時</span>는 </span>‘</span>님은 갔지만은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span>’</span>는 고백이 절로 나오게끔 합니다</span>. </span>그래서 인내를 발휘해야 합니다</span>. </span>여기서 말하는 인내는 노력을 위한 인내가 아니라 차라리 노력하지 않기 위해 기울이는 인내라고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span>. </span>이해와 노력은 </span>‘</span>살아보는 일</span>’</span>의 의미를 담아낼 수가 없습니다</span>. </span></p></br> </p></br>한 가지 논의만 더 하고 글을 마무리 지으려고 합니다</span>. </span>저 또한 좀 더 몸부림치는 삶을 겪은 후에 이야기를 더 해야할 것 같습니다</span>. </span>힘이 있는 글을 쓰려면 글의 주제와 관련된 통념이라는 적을 세세히 찾아야 합니다</span>. </span>그 후에 통념을 계속 관찰하며 그 통념이 이 주제를 제대로 다루고 있는가를 끊임없이 질문해 보아야 합니다</span>. </span>그 통념은 독자를 침묵하게 만드는 힘이 있어서 그것을 깨야만 이별 후의 만남이 있을 수 있습니다</span>.</span></p></br>한용운의 </span>‘</span>님의 침묵</span>’</span>을 이해하는 통념 중의 통념은 한용운은 </span>1)</span>불교 스님이자 </span>2)</span>독립운동가이고 또 여성을 사랑하는 </span>3)</span>일반 남성이라는 세가지 관점을 가지고 각각 분리하여 시를 이해하는 방식입니다</span>. </span>그래서 </span>1)</span>에서 임은 부처가 되고 </span>2)</span>는 조국이되고 </span>3)</span>은 사랑하는 여성인 임이 됩니다</span>. </span>저는 기독교 교인으로서 이 통념을 들을 때마다 마치 기독교에서 삼위일체 하나님을 이해하기 위해 </span>A</span>라는 남자를 상정한 뒤에 </span>A</span>가 그의 아들에게는 아버지고 그의 아내에게는 남편이고 그의 친구에게는 동료라고 불리지만 같은 인물이다는 통념 중의 통념이 떠오릅니다</span>. </span>이 통념은 온전히 이해만을 위한 허구적 비유이자 해석입니다</span>. </span>이 통념의 심각한 문제점은 분리시킬 수 없는 것 또한 분리시켜서도 안되는 것을 분리시켜서 사고한다는 것입니다</span>.</span></p></br>한용운의 </span>‘</span>님의 침묵</span>’</span>을 </span>1)2)3)</span>으로 분리시켜 이해하려는 속셈을 추측해보면 남자이며 독립운동가이자 그것도 이성적 사랑을 할 수 없는 스님이 어떻게 여성적인 목소리로 지극히 이성을 염두에 둔 사랑의 목소리로 </span>時</span>를 창작했는가에 있습니다</span>. </span>그런 속셈은 전형적으로 자신의 경험밖에 있는 경험을 자신의 경험으로 환원하여 이해하려는 노력에 기인합니다</span>. </span></p></br>삼위일체는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실체가 아닙니다</span>. </span>한 존재가 </span>3</span>명의 분리된 존재면서 동시에 한 존재라는 것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우리가 그런 존재가 아니며 철저히 우리의 경험 밖에 있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span>. </span>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삼위일체를 살아보고 경험하는 것입니다</span>. </span>그래서 믿음과 신앙이 두터운 분들은 그것을 이해하려고 하기보다는 살아보려하고 분명 한계는 있지만 경험하려고 합니다</span>. </span></p></br>한용운의 </span>‘</span>님의 침묵</span>’</span>뿐만 아니라 한용운의 모든 작품을 접근할 때에 삼위일체를 떠올리면 저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span>. </span>한용운이 </span>1)</span>불교 스님 </span>2) </span>독립 운동가 </span>3) </span>일반 남성이라는 것은 문자처럼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실체로 존재합니다</span>. </span>님이 떠났으나 님을 보내지 않는 여성의 목소리는 그 존재가 가진 아름다움의 표현입니다</span>. 1)2)3)</span>의 아름다움이 결코 그 중 하나로 수렴될 수 없는 종류의 아름다움이기에 </span>1)2)3)</span>이 가지지 않은 속성</span>, 1)2)3)</span>보다 더 아름다운 목소리로 표현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span>. </span></p></br>저는 지금까지 제가 이해한 </span>‘</span>님의 침묵</span>’</span>이 아니라 나름 제가 살아보고 경험한 </span>‘</span>님의 침묵</span>’</span>을 나누어 보았습니다</span>. </span>이 글은 오랜만에 찾아온 임의 소식처럼 저에게 들리기도 합니다</span>. </span>시간이 지나서 이 시로 더욱 끙끙거리며 살아보면 임에게 더 좋은 소식을 듣게 되리라 소망해 봅니다</span>.  </span></p>